Alum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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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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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보니 보이는 것
전효정
나는 2011년부터 RS와 DS를 왔다 갔다, 들락날락하다가 2015년부터는 약 6년간 테라를 완전히 떠나 있었다. 그러다 2021년부터 다시 테라와의 진한 인연을 이어나가는 중 최근에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테라를 떠나 있던 시간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일을 생각나게 했다.
흥미로운 일
최근 테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회의에서 현황 수목을 확인해 달라는 교수님의 요청이 있었다. 새 건물의 지하 터파기 영역을 제외하면 현장 내 재활용 가능 수목 90주 중에 6주만 현 위치에 존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계획 레벨이 그 6주가 위치한 현황 레벨보다 70-120cm 정도 낮아서 이들도 현장 내 이식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금방 90주 모두를 이식목으로 분류해 넣었다. 그리고 회의 중에 이런 과정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고 얘기하자 교수님은 그럼 우리 계획을 바꾸자고 하셨다. 아마도 이때부터 나는 이 프로젝트가 정말로 재밌어진 것 같다.
충격적인 일
2015년 테라와 한국을 동시에 떠나 여기저기서 적당히 지루하게 지내다 2016년 dtp Landschaftsarchitekten이란 곳에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9년에 크리스티안이라는 소장과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 이 호텔 입구에 새로 만들 목재 데크는 이페로 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튼튼하고 자연목이 가진 특유의 색감과 질감이 좋다.
크리스티안 : 그러나 이페는 남미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CO2를 배출한다. 대신 우리는 케보니(Kebony)를 쓸 수 있다. 이페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국내 생산이 가능하고 이페만큼 튼튼해서 반영구로 사용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바로 이런 게 전문가라는 거구나'하고 느꼈다.
조경을 처음으로 공부하던 2007년부터 나는 항상 이런 부분에 민감했다. 자연 파괴인 것 같으면서도 환경 보전인 것 같은 조경의 이중성이 다양한 정도로 드러나는 지점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죄책감도 들고, 그래도 우리는 그린을 만든다는 자기 위안에, 이런 게 바로 요즘 주목 받는 'Nature-Based Solution'이라는 희망 같은 것들. 그렇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고 대세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사안도 못 되는 걸 가지고 나무 몇 개 살리자, CO2 배출이 걱정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조금이라도 조경을 긍정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러한 방식과 태도에 가치를 매겨주는 사회 안에서 조경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애매하고 또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 말이 되는 것 같은 조경을 결국엔 어떤 사람이 하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나는 그런 가치를 소중히 하는 동료들을 벌써 몇이나 만난 것이다.
10년 전 테라라는 프레임 안에서 한국 조경을 접했을 땐 이런 방식의 설계가 없었기 때문에 5년 전 쯤 독일에서의 일이 충격적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이런 일이 테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런 내 소감을 정확히 표현한 문장이 있어 이를 다시 적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집 밖으로 나갔던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그가 가진 것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방랑의 체험을 통해 또다시 성장하고 성숙하여, 가장 심원하고 놀라운 세계는 바로 집이고 고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연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에